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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럿 뻔한 즐거움의 편안함 조정석의 하드캐리 아주 쿨한 마무리

by plppll 2024. 12. 19.

조정석 주연의 영화 <파일럿>을 드디어 보았습니다. 항상 좀 지난 영화를 찾아서 보다가, 오랜만에 아주 최신작을 봐서인지 매우 유쾌한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제가 영화 <파일럿>을 보지 않은 이유는 결국 무슨 이야기인 줄 알겠는 아주 뻔한 영화겠거니 하는 마음에서였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다 보고 난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아주 뻔한 영화이긴 하더군요. 하지만, 그렇게 뻔한 영화지만 꽤나 흥행한 이 작품의 매력은 무엇일까요? 저는 찾으려고 하지 않아도 그냥 알겠는 <파일럿>의 엄청난 매력들에 대해 오늘 포스팅해보려고 합니다. 아직 영화를 안 본 사람들도 많을 것 같으니 최대한 스포를 자제하겠지만, 약간의 스포가 흐를 수 있으니 각자 조심하기 바랍니다.

 

 

영화 <파일럿> (사진 = 나무위키)

 

 

 

1. 뻔한 즐거움의 편안함

영화 <파일럿>은 아까 이야기했던 것처럼 너무 뻔한 내용이었습니다. 이미 영화를 보기 전부터 알고 있는 전체적인 줄거리, 조정석이 여자가 된다는 설정 때문인지 내용이 쉽게 추리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뻔한 이야기를 보는 관객의 마음은 어떤 걸까요? 마치 아는 맛이 제일 맛있다는 다이어트 명언처럼, 이 영화 역시 아는 내용이 가장 편하다는 전제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조정석 배우가 여장을 하고, 여장을 한 채로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는 것은 어디선가 본 듯한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뻔한 즐거움에 박장대소하는 것은 우리가 그 속에서 편안함을 찾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남자가 여자가 된다는 설정만 들어도 생각나는 아주 재밌는 영화가 있습니다. 지금은 고인이 된 로빈 윌리암스 주연의 <미세스 다웃파이어>가 바로 그것인데요. 특히, 어머니의 칠순잔치에서 조정석 배우가 한정우였다가, 한정미였다가 모습을 자꾸 바꾸는 모습을 보며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한 장면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이 부분이 아주 재밌을 수 있는 부분인데, 영화 <파일럿>에서 제대로 살리지 못한 것 같아 좀 아쉬웠습니다.

 

 

 

2. 조정석의 하드캐리

영화는 수많은 스텝들과 여러 감독들과 작가와 배우가 만들어가긴 하지만, 결국 가장 대표는 주연배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조정석 배우는 정말 아주 훌륭하게 이 배역을 소화해 냈습니다. 여장남자 혹은 남장여자를 연기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의 캐릭터 모두를 소화해야 합니다. 조정석 배우의 연기가 대단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다시 한번 그 디테일에 놀라웠습니다. 한정우 역할을 연기할 때는 완벽한 남자처럼 보이고 (진짜 남자긴 하지만 ㅋ) 한정미 역할을 연기할 때는 저 여자는 누구지 라며 놀라울 정도로 두 캐릭터를 찰떡같이 연기했습니다.

 

특히, 조정석 배우의 트레이드 마크는 바로 그 표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을 향해 달리는 지점에서 자신이 한정미가 아니라 한정우라고 기자들 앞에서 밝혀낼 때 조정석 배우의 표정은 압권이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비행을 하지 못할걸 알면서도 자신을 떳떳하게 밝혀낼 때의 감정을 어찌나 고스란히 잘 드러내던지 경이로울 따름이었습니다.. 아, 그리고 그렇게 자기 자신을 사랑하며 자존감을 드러낼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재미나게 하며 살아가는 한정우의 엄마를 닮았기 때문일 테죠!

 

 

3. 아주 쿨한 마무리

마지막에 조정석 배우가 이주명 배우를 찾아가는 그 재밌는 장면을 지나 그 둘이 만나는 장면 또한 기억에 남습니다. 설마 이혼한 지 얼마 안 된 조정석 배우가 벌써 다른 여자를 사랑하게 되어서 둘이 잘 되었다는 이야기는 아니겠지 하며 얼마나 초조했는지 모릅니다. 다행히, 아주 통쾌한 마무리를 받은 후에 (너무 스포이니 이렇게만 표현하겠음)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조정석 배우는 자신의 꿈을 찾고 있었습니다. 비록 항공사 직원으로 일하지는 못하지만 비행이 너무 좋은 나머지 어떤 섬에서 경비행기 운전을 하고 있는 모습이 아주 감동적이었죠. 그리고 진짜 비행을 하는 이주명 배우와 스치듯 안녕을 하며 둘의 관계도 그렇게 열린 결말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점을 꼽으라고 한다면 바로 이 결말 부분을 이야기할 정도로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여느 영화처럼 모든 것이 다 용서되고 주인공은 아주 잘 먹고 잘살았습니다~라는 뻔한 스토리를 거부하고, 주인공이 저지른 잘못으로 인해 아주 강등된 삶을 살고 있고, 그렇다고 여주인공이 남주인공과 사랑하게 되지도 않고 아주 현실적으로 서로 돌아서게 된 그런 부분이 참 좋았습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파일럿>이라는 영화에 대해 이렇게 포스팅을 할 이유도 없었을 듯싶습니다.

 

 

영화 <파일럿> (사진 = 나무위키)

영화 <파일럿>은 이처럼 조정석 배우의 매력도 볼 수 있고, 뻔하지만 뻔하지 않은 재미도 찾을 수 있습니다. 저는 넷플릭스로 보았으니, 혹시 <파일럿> ott를 찾는다면 넷플릭스 신청해서 보시면 되겠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아이도 재미있게 보았기 때문에 아이와 함께 주말에 볼 영화를 찾는다면 자신 있게 이 영화 추천하도록 하겠습니다.